“그건 서비스 아닌가요?” – 무형의 가치를 다시 묻다

한국에서 ‘서비스’는 종종 ‘공짜’로 인식되지만, 본래는 무형의 노동을 의미합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는 저평가되어 왔습니다. 특히 변호사, 컨설턴트 같은 전문직의 노동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과소평가됩니다. 저신뢰 사회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정당한 대가 지불을 주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법과 신뢰가 자리 잡은 사회일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결국, 사회시스템을 유지하고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 안정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이거 서비스 아닌가요?”라는 말의 의미

한국에서 ‘서비스’라는 단어는 종종 ‘공짜’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음식을 덤으로 주거나, 상품을 추가로 얹어줄 때 “이거 서비스예요”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하지만 원래 ‘서비스(service)’란 경제적으로는 재화에 대비되는 용역만을 뜻할 뿐인데, 우리는 어쩌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을까요?

제조업 중심 사회의 그림자

한국은 오랫동안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경제 발전의 핵심은 공장에서 생산된 ‘실물’이었고, 물리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생산성의 척도였습니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과 같은 산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며, 눈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것이 ‘가치’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자연스럽게 서비스업의 저평가로 이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만질 수 없는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사나 컨설턴트가 제공하는 조언은 물리적 형체가 없기에 ‘비싼 말장난’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노동, 평가받지 못하는 가치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디자이너, 개발자 등 전문직의 노동은 대표적인 무형의 서비스입니다.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법적 위험을 예방하고,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쉽게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경우 아무런 사고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변호사의 기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법률 검토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가 큰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그때서야 법률 서비스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즉, 변호사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방패’ 역할을 하지만, 그 가치는 종종 간과됩니다.

저신뢰 사회와 ‘타임 차지’ 문제

전문직 종사자, 특히 변호사들은 대부분 시간 단위로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전형적인 사건이라도, 개별 사안마다 특수성이 있기 마련이고, 해당 사건을 자문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수고는 천차만별이어서 사전에 계량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결과가 중요하지, 그 과정에 몇 시간이 들었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신뢰 부족이 문제로 작용합니다.

  • 변호사가 시간을 부풀리는 건 아닐까?
  • 이 조언이 정말 필요한 말이었을까?
  • 단순한 문서 작업이 왜 이렇게 비쌀까?

특히 한국과 같은 저신뢰 사회에서는 이러한 의심이 더욱 강하게 작용합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도 고객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서비스 노동은 과소평가되고, ‘덤’이라는 인식이 강화됩니다.

위법이 효율일 수는 없습니다

“법을 다 지키면 사업 못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법 준수가 단순한 비용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 서비스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만 발생시킬 뿐 생산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서비스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즉, 법적 분쟁으로 불필요한 사건에 휘말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비용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이 법을 철저히 준수할수록 다른 기업과의 거래에서 신뢰가 쌓이고,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이렇듯 법을 준수하는 것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투자입니다.

신뢰가 만드는 경제적 효과

한 사회가 법과 원칙을 중시할수록 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금융 시장에서 법률과 회계 서비스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투자자들은 더 안심하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계약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기업 간 거래 비용도 감소합니다.

반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분쟁과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기업이 법률 리스크를 회피하는 비용,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법률 서비스와 같은 무형 자원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서비스의 가치를 다시 묻다

우리는 이제 다시 물어야 합니다.

“서비스니까 공짜죠?”가 아니라,

“이 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지켜주고 있는가?”라고.

서비스는 단순히 덤이 아닙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힘입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그 중요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 그것이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일 것입니다.


김민식(Kevin)

변호사

김민식 변호사

금융과 부동산 관련 법률을 주로 자문하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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