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제도에서는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 최근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 역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3두36800 판결 요지
차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하여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행위는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는 행위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함.
-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직장가입자와 사이에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 직장가입자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인생의 동반자로서 생계를 함께하면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우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에 두 사람의 결합을 선언하고 알림으로써 그 관계를 공표하고 보증인 2명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사람의 결합을 증명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동성 동반자도 이러한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이유는 그가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였기 때문이지 이성 동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하여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고, 그 요건도 달리 보아서는 안 된다.
- 피부양자제도와 관련하여 직장가입자의 동반자로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한 동성 동반자 집단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 동반자 집단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양자를 달리 취급하고 있다.
차별의 합리성 여부에 관한 판단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의의, 취지와 연혁 등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어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그가 지역가입자로서 입게 되는 보험료 납부로 인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차치하고서라도, 함께 생활하고 서로 부양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전통적인 가족법제가 아닌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에서조차도 인정받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
-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해친다거나 법적 안정성 또는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없다.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령들이 상당수 존재하나, 이 사건은 건강보험이라는 특수한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한 피부양자 인정에서의 형평성 유지에 관한 것으로 건강보험제도와 피부양자제도의 취지, 목적 등을 떠나 생각할 수 없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각 제도의 취지, 목적 등에 비추어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또한 동성 동반자에 대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에 준하여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 나아가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도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하여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질병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소득에 영향을 받고 가족의 존속과 유지를 위태롭게 한다는 측면에서 소득 및 재산요건만 갖추었다면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연령과 인원수에 제한 없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등 다른 가족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염려도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도 찾을 수 없다.
-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는 저출생, 인구고령화 등과 더불어 더욱 다양하게 변화하는 가족 결합과 생활실태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경제구조의 확대 및 다각화에 따른 가계구조의 다양성과 소득요건의 중요성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 40여 년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 요구되고,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제도가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사회보험으로서 사회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판례 전문 : 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평석
가장 보수적인 조직인 법원에서, ‘가족 결합의 변화하는 모습’에 대응할 정책적 필요를 인정하여, 동성 동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을 보면, 시대상이 현저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해당 판결은 국민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에 관한 판결로서, 동성혼 자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유보하였다. 오히려, 판결이유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혼인과 이에 기초한 가족제도, 법적안정성 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명시한 점에 비추어 보면, 본 판결의 결론을 법원이 일반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취지로 확대 해석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참고할 만한 판례 : 대법원 2022. 11. 24.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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