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하여 제시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방안에 관하여 차례로 연재하기로 한다. 그 세 번째 주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검토’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경영권 변동을 수반하는 지배주주의 주식 매각시 일반 주주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개정 입법과 함께 도입될 경우에,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제도란?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 취득시,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취득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개매수 : 특정기업의 경영권이나 지배권을 획득하거나 강화하기 위해 주식의 매수희망자가 매수기간, 가격, 수량 등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유가증권 시장 외에서 특정되지 않은 다수의 주주로부터 주식, 신주인수권증서, 전환사채 등을 매수하여 주식비율을 높이는 방법
최근 2021년 한샘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시가 대비 약 100%)을 지배주주가 모두 독식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와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되었다. 즉, 지배주주는 일반 주주로부터 위임 받아 경영권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매각 이익은 사적 이익으로서 지배주주에게 전부 귀속시키고, 일반주주에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수취할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것이 과연 주주평등의 관점에서 타당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공유되어 논의된 것으로서, 금융위원회에서도 다수의 시각을 받아들여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997년 1월에 이미 도입되어 있었는데, 1998년 2월 IMF사태 발생으로 기업구조조정 수단의 일환으로서의 기업간의 자유로운 M&A를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IMF의 권고로 제도 시행 1년만에 폐지되었다. 이번에 추진되는 입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25년 만에 다시 동일한 규제가 부활되게 된다.
의무공개매수제도와 관련한 해외 입법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동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기능하고 집단소송제도 등을 통해 일반주주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M&A시 100%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일반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 수취기회가 사실상 보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인용문은 chatGPT를 통해 간략히 미국 법률을 리서치한 결과인 바, 대주주의 지분만을 인수하는 경영권 변동이 있을 경우, 소액 주주에 관한 잠재적 손해가 가해질 수 있으며, 그와 같은 경우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fiduciary duty)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Q : If only the majority shareholder’s stake in the target company is acquired, can there be a breach of fiduciary duty by the target company’s directors?
A: It is possible for a breach of fiduciary duty by the target company’s directors to occur when only the majority shareholder’s stake in the target company is acquired. Directors have a fiduciary duty to act in the best interests of the company and its shareholders, and they must carefully consider any transaction that affects the company’s ownership structure.
If the majority shareholder’s stake is acquired, this could result in a change of control of the target company and potentially harm the interests of the minority shareholders. If the target company’s directors have approved the transaction without properly considering the potential harm to the minority shareholders, they may be in breach of their fiduciary duty.
For example, if the transaction results in the majority shareholder receiving a favorable price for their shares, but the minority shareholders receive a lower price, the directors may be in breach of their fiduciary duty if they failed to take steps to ensure that all shareholders received fair treatment.
In general, it is important for directors to carefully consider the potential impact of a transaction on all shareholders, and to take appropriate steps to protect their interests. This may include seeking outside advice or negotiating with the acquirer to ensure that the transaction is structured in a way that minimizes harm to minority shareholders.
아래 표는 각국의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정리한 입법례로서 금융위원회 2022. 12. 21.자 보도자료(「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개최 및 방안 발표)에서 인용하였다.
입법례 |
매수요건※ |
매수 대상 |
매수 가격 |
EU |
▸일정비율* 이상 취득 |
▸잔여주주가 보유한 |
▸경영권 프리미엄 |
영국 |
▸30% 이상 취득 |
▸잔여주주가 보유한 |
▸경영권 프리미엄 |
독일 |
▸30% 이상 취득 |
▸잔여주주가 보유한 |
▸경영권 프리미엄 |
일본 |
▸1/3 초과 취득 |
▸해당 주식을 공개매수방식으로 취득 |
▸경영권 프리미엄 |
▸2/3 초과 취득 |
▸잔여주주가 보유한 |
||
舊 증권거래법 |
▸25% 이상 취득 |
▸해당 주식을 공개매수방식으로 취득 |
▸경영권 프리미엄 |
미국 |
제도 미도입 |
|
※ 이탈리아의 경우 25%, 캐나다‧호주의 경우 20% 이상 취득시 공개매수 의무
의무공개매수제도의 핵심 내용
금융위 입법안의 내용을 보면, 의무공개매수제도는 (i)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주식의 25%이상을 보유함으로 인하여 최대주주가 되는 자는, (ii) 잔여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의무를 할 의무가 있고, (iii) 해당 공개매수가격은 지배주주 매각 가격과 동일한 가격으로 하는 것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한, 공개매수대상인 최소 주식 수와 관련하여, 현재로서는 전체 발행주식이 아닌 발행주식의 50%+1주 이상을 매수할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는 과도한 인수대금 등으로 M&A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까지의 입법안에 의하면, 공개매수대상이 되는 일반주주의 주식은 경영권 변경 지분 확보 후 잔여지분의 일정부분에 한정되며, (전체 주식중 50%+1주 – 경영권 변경 취득분)이 공개매수 대상이 된다.
다만, 의무공개매수제도 적용에 일정한 예외를 두어, 기업구조조정 등과 같이 산업합리화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다른 법률에서 부과된 의무에 따라 지분을 취득하는 등의 경우는, 해당 제도에 따른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토 :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선도입 필요
의무공개매수제도의 도입은, 해외 주요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면 일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으로서, 일응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우리나라에도 도입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데, 개정 입법이 주주보호를 주된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해당 입법에 앞서 이사의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를 명문화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에는 법적/제도적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차별 취급하는 것을 허용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는 법제 하에서는,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과 지배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현실적인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도 동일한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이 달리 취급되는 두 가지 금융상품을 우연히 ‘지배주주의 변경’이라는 우연한 이벤트만으로 갑자기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것은, 그 정합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현행 법제하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오히려 규범적으로 달리 취급되는 ‘다른 상품’을 거래한 일반 주주에게 망외의 이득을 주고, 반대로 지배 주주에게 망외의 손실을 가하는 것으로 그 입법에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바, 이는 기본적으로 위와 동일한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일반주주의 할인)이 형성되지 않도록,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의무를 도입하여 평상시에도 프리미엄이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인정 없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지배주주로 하여금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회피하는 다른 방안(합병, 영업양수도 등)을 채택할 유인만을 증가시킬 뿐이어서,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는 경우, 그만큼 적대적 M&A를 어렵게 만드는 포이즌 필 유사의 효과가 있으며, 그로 인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보호해주는 의미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1998년에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폐지한 때의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공식입장은,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폐지할 경우에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기능이 상실되어 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으므로, 적대적 M&A가 활성화 되는 문제점의 보완방안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의무공개매수제도에 관한 의견(한국상장회사 협회지, 1998)
위와 같은, 제도 폐지와 관련한 기존 이해관계자의 태도를 참고하면, 주주의 비례적이익 보호에 관한 충분한 보완 입법이 없이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당초의 입법 목적과는 달리 지배주주의 적대적 M&A 방어수단으로만 기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지배주주 및 그가 선임한 이사에게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그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이 지배권 교체를 시도하는 것마저도 어렵도록 정부가 나서서 장벽을 만들어 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와 같은 주주보호에 역행하는 기능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입법과정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관련 논문 : 지배권 프리미엄과 의무공개매수 ―주주의 비례적 이익 관점에서(이상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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