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정책으로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하여 제시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방안에 관하여 차례로 연재하기로 한다. 그 네 번째 주제는 ‘자사주 의무소각 제도 검토’이다.

최근 주주환원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해당 방안을 채택하기 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자사주를 제한 없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인적분할시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실무를 먼저 개선하여야 한다.

주주환원 방안으로서 자사주(자기주식) 매입

회사 경영자의 자본배분(Capital allocation)의 5가지 방법으로서, ①기존 사업에 재투자, ② 신규 사업 투자 / M&A, ③ 부채 상환, ④ 배당, ⑤ 자사주 매입의 선택지 중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방법을 택하여 실행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회사의 잉여자금을 주주환원하는 방법으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세법상 배당의 경우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것을 고려하면, 절세의 측면에서 주주에게는 자사주 매입이 더 효과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될 수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주주환원율은 선진 시장에 비추어 상당히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낮은 주주환원율은 결국 증시 전체의 저평가를 가져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거의 동일하거나 높다고 평가되는 대만 증시의 경우에도, 순자산 대비 주가(PBR)이 1.87배로, 우리나라 1.0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이 평가되는데, 2021년 기준 평균 배당성향은 대만이 52%, 한국 19%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관련 기사 : [토요칼럼] 대만의 절반인 한국 기업 몸값, 실화인가(한경닷컴 2023. 1. 6.자 기사)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안정적 투자 운용을 위하여는 한국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높일 필요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관점에서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논의는 중요성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주환원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고, 소각까지 이루어진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주주환원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바, 아래에서 해당 쟁점에 관하여 보다 자세히 보기로 한다.

자사주 의무 소각 관련 논의

자사주 의무 소각 논의 배경

실증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과 달리 자사주 매입 공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자사주 소각 공시가 매입 공시보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실증 연구를 기반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 개선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 중에는 자사주 매입 후 의무소각 등의 안도 검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해당사자의 반발로 그와 같은 방안이 현실적으로 정책화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관련 기사 : 금융당국,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추진 않는다(조선 비즈, 2023. 2. 6.자 기사)

자사주 소각의 법적, 경제적 의미

자사주의 자산성을 부정하는 견해 – 자사주 소각 별도 의미 없음

회계적으로 보면, 자사주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고,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해당 매입금액 만큼 회사의 자본이 감소된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즉시, 자본과 부채의 총합으로 계산되는 회사의 자산도 감소하게 된다. 즉, 자사주 소각 여부와 무관하게 회사의 바로 자본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며, 그 후 소각 절차를 거치는 단계에서는 회사의 자본에는 변동이 없다. 이러한 회계처리는 국제적인 회계기준에 맞추어, 자사주 매입을 유상감자, 자사주 처분을 유상증자와 같이 보는 것으로 이해되며, 그와 같은 관점에서는 ‘자사주 소각’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위와 같은 경제적 실질을 중시하여 규범적으로도, 자사주는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는 마치 휴지 조각과 같은 것이고, 자사주는 법적으로도 미발행주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보다 다수의 견해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법적 관점에서도 ‘자사주 소각 ‘ 역시 독자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등 회사법 규율에서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여부는 별다른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자사주의 자산성을 긍정하는 견해 – 자사주 소각은 독자적 의미 있음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자사주는 제3자에게 처분하게 되는 경우 현금흐름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하여, 자사주를 법적으로는 자산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해당 견해에 의하면, (i) 자사주의 처분 행위는, 회사가 이미 취득한 자산으로서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자산의 변동을 가져오지 않으므로, 그 처분에 주주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상법상 신주발행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없어, 회사의 자유로운 처분이 가능하며, (ii)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대해서도 분할신주를 배정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대체적으로 이르게 된다.

위와 같은 쟁점들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례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고, 하급심의 견해도 일치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자사주 처분과 관련하여 대체적인 하급심 판례는 “자기주식의 처분은 신주발행과 다르다”는 판시 하에 거의 아무런 제한을 부과하고 있지 않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7.자 2015카합80597 결정; 서울고등법원 2015. 7. 16.자 2015라20503 결정). 이는,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제3자에 대한 신주발행에 있어 ”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제3자 배정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등).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에서는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삼성물산 경영진은 자사주를 KCC에 처분하였고, 이처럼 백기사로 초빙된 KCC의 도움으로 합병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리고 법원은 이러한 자기주식의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신청을 역시 ” 자기주식의 처분은 신주발행과 다르다”는 논리로 기각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7.자 2015카합80597 결정).

따라서, 위와 같은 회사법 실무상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는 지배주주가 자신의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확대를 위하여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자사주 매입 그 자체만으로는 온전히 주주환원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며, 결국 그와 같은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별도로 자사주 소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자사주 의무소각 불필요하나, 법 실무 개선 필요

해당 이슈에 관하여 간략히 검토하면, 자사주 의무소각이 현행 법제에 의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자사주 매입이 보다 확실한 주주환원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관련 회사법 실무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자사주 처분과 신주발행 규제 일원화 필요

상법상 무엇이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정한 바가 없으므로, 자사주가 법률상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법률 규정이 없는 이상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일치하여 해석하는 것이, 비통일적 해석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법적 혼란을 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의 성격에 관하여 어떠한 견해를 취하는 것과 무관하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며(상법 제369조 제2항), 이익배당청구권 및 잔여재산분배청구권 역시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와 같이 어떠한 권리도 부여되어 있지 않은 자사주를 자산으로 파악하는 것은, 거래 실질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법적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물론, 법인세법상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매각함으로써 생긴 매각차손익은 익금 또는 손금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법인세법 기본통칙 15-11…7), 해당 규정을 근거로 자사주도 ‘자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나, 그와 같은 규정이 실질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여전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해당 규정만으로 자사주가 자산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그 실질이 동일한 자사주 처분과 신주 발행에 있어 적용되는 법리는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영국은 자기주식의 처분도 주주의 신주인수권의 대상이 된다고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고, 독일과 일본 역시 신주 발행에 준하여 취급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경우 경영권 방어 수단이 따로 없는 우리나라 법제상, 적대적 M&A 공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가 실질적으로 거의 없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신주발행시 제3자 배정과 관련한 근거규정인 상법 제418조 제2항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지배주주의 변동이 총주주의 이익을 해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경우, 회사의 이사가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발행을 통하여 경영권을 방어하는 행위는,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서 허용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근본적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서 통제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포스팅 :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이른바 ‘자사주 마법’의 금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회사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함으로써, 지배주주가 별다른 출자 없이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을 허용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 즉, 자사주 소각 여부와 무관하게, 그와 같은 신주배정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종전에 자세히 이미 논의한 바 있으므로 해당 글로 대체하기로 한다.

관련 포스팅 : 자사주 마법에 대한 법적 검토

참고 문헌 :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과 그에 따른 법률관계(송옥렬. 2014)

부록 – 자사주 관련 학술 세미나(영상 자료)

본건 주제와 관련된 영상으로,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에서 주최한 세미나 자료를 아래와 같이 공유한다. 서울대 송옥렬, 김우진 교수와 차파트너스 자산운용의 김형균 본부장이 발제한 내용으로, 학계 뿐만 아니라 실무적인 관점에서 관련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김민식(Kevin)

변호사

김민식 변호사

금융과 부동산 관련 법률을 주로 자문하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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