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를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현행 집중투표제의 개념을 간략히 살피고, 현재 도입 현황 및 이를 의무화하는 것에 관한 찬반 양론에 관하여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목차
집중투표제란?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각 주주가 (보유주식) X (선임할 이사 수)의 산식에 따라 계산한 의결권을 가지고, 이를 특정 이사 후보자에게 집중하여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와 같이 집중투표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투표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발행 주식 총수가 1만 주이고 정관에 5인의 이사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는 회사에서 A가 7,000주, B가 3,000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5인의 이사를 일반 표결 방식으로 선임하는 경우, 5명 모두 A가 지지하는 이사가 선임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집중투표 방식으로 투표하는 경우 A는 35,000개(=7,000 X 5), B는 15,000개 (=5,000 X 3)의 의결권을 가지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B가 지지하는 이사 후보 1명에게 집중투표함으로써, 해당 후보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일반표결 방식 채택하여 5인의 이사 선임
- A가 지지하는 후보 1 내지 후보 5 모두가, B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로 선임됨
- B가 지지하는 후보 6 선임 건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하여 기각됨
- 결과적으로, B는 30%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단 한 명의 이사 선임에도 관여할 수 없음
집중투표 방식 채택하여 5인의 이사 선임
- B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의결권을 후보 6에게 집중하여 투표함으로써, 최소한 1인의 이사를 자신이 지지하는 자로 선임할 수 있음
- 나머지 4명의 이사는 A가 지지하는 자로 선임할 수 있음
- 지분 보유비율(70:30)과, 이사회 구성에 있어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비율(80:20)이 어느 정도 상응하는 관계에 있음
집중투표제는 이와 같이 이사 전원이 대주주에 의하여 독점되는 것을 막고, 소수 주주도 자기 지분에 상응하는 수의 이사를 선임하여 대주주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들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집중투표 도입 현황
상법 제382조의2의 규정의 해석에 의하면 집중투표제는 (1) 창립 총회에 의한 최초의 이사 선임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고, (2)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주주총회의 소집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3) 정관에 이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어야 하며, (4) 일정 지분율을 초과하는 소수 주주의 청구가 있어야 적용된다.
특히, 위 (3)의 요건과 관련하여 정관의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므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상법 제433조 및 제434조). 특히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회사의 경우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하거나 그 배제된 정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도, 해당 정관 변경 의안과 관련하여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다만, 현재 상장회사의 90% 이상이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정관을 두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로 평가 받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입법론
상법 개정안
2013년 상법 개정안
2013년 7월 입법 예고된 상법 개정안 제542조의7은 일반 주식회사의 경우 집중투표에 대한 배제 규정이 없을 경우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제382조의2를 그대로 유지하지만, 상장회사의 경우 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경우 정관의 규정과 관계없이 소수주주권에 의하여 집중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6년 상법 개정안
2016년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한 상법 개정안은 김종인 의원안, 채이배 의원안,노회찬 의원안 등으로, 김종인 의원안은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에서 2인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할 때 소수주주권으로 집중투표를 청구할 경우 정관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여 집중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었고, 채이배 의원안은 비상장회사를 포함한 모든 회사에 대해 주주들의 요구가있는 경우 집중투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도록 하였고, 노회찬 의원안은 상장회사에 한해 집중투표제 실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관련 찬반론
찬성론
찬성론의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다.
- 다수결 원칙 또는 주식의 비례적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대주주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회사와 경영진의 이익이 충돌하는 거래에 있어 효과적인 통제수단이다.
- 사외이사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론
반대론의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다.
-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된 이사는 주주전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을 선임하여 준 자의 이익을 우선하게 될 우려가 있다.
- 소수를 위하여 다수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위헌적 소지가 있다.
- 회사의 중요정보의 유출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 해당 제도 도입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기도록 하는 최근 해외 입법례에 역행한다.
참고 문헌 :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관한 소고(신찬호, 2019)
결론 및 입법 과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관련한 찬반론은 서로 어느 정도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해당 제도를 거의 대부분의 상장기업에서 채택하지 않음으로서 현재와 같이 전혀 활용되지 않는 상황은, 최초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입법취지와 배치된다. 특히 반대론의 논거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경우 이사가 주주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거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영 현실상 대주주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가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하여 행동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다수의 이익이라 함은 다수의 독선을 의미하는 점은 아니고, 지분율에 따른 일부 이사 선임권을 소수주주에게 부여하는 것은 다수결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일반 투표 방식에 의하면 다수의 의사가 과대하게 대표된다.
- 중요 정보 유출에 관하여는 다른 수단으로 이를 방지할 대책을 강구하여야지, 그와 같은 우려만으로 소수주주의 권한 자체의 행사를 막을 근거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세계적인 입법례는 참고로 삼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경영 전반에 있어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강력하고 집중투표제 자체를 실시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단계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개정 입법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와 같은 내용의 개정 입법 도입시, 집중투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널리 알려진 (i) 이사의 임기를 달리하여 동시에 선임되는 이사의 수를 적게 하거나, (ii) 집중투표 회피 목적으로 이사의 총 수를 줄이는 것에 대하여도 충분한 입법적 논의 후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집중투표를 의무화하는 경우에는 동시에 선임되는 이사의 수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소수 주주에게 유리하다는 면에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상장기업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시 의무적으로 분리선출을 하게 한 제도(즉,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의 재검토 및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포스팅 : 감사위원회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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