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변호사가 생각하는 5가지 글쓰기 원칙

변호사로서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 글쓰기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능력이다. 로펌 10년차 변호사인 필자가, 글쓰기에 있어 항상 고려하여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정리하여 보았다.

‘말하기’보다는 ‘쓰기’

최근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흥행을 하고 있지만, 전에 동료들과 이야기하기로, 변호사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다큐로 찍는다면 정말 지루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드라마나 언론에서 나오는 바와 달리, 변호사의 업무는 ‘말하기’보다는 ‘쓰기’가 대부분의 업무를 차지하고, 초안을 작성한 후에 팀 내부간 의논을 거쳐 퇴고하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 변호사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말하기’를 기본적인 수준 이상으로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변호사 업무를 함에 있어 글을 쓰는 능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기초적인 업무수행 조차도 어려울 수 있으므로, 변호기의 글쓰기 능력은 중요하다.

효과적인 글쓰기 원칙

정확한 이슈의 파악

고객이 제공하는 사실관계 및 쟁점에 대해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고객이 질의 취지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질의사항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고객이 어떠한 부분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지 질의 배경 등에 대하여 유선상 확인을 하고, 경우에 따라 추가자료 요청으로, 질의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검토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고 검토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에 논의 방향을 대폭 변경하여야 하거나 고객이 질의한 의도와 전혀 무관한 검토결과를 제공하게 된다.

간결한 문체 사용

가급적 간결하고 논리정연한 문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에 유려한 표현보다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데에 1차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만연체를 사용하는 판결문의 영향으로 법률문서의 경우 대체적으로 문장이 길어지는 영향이 있으나, 너무 긴 문장은 고객의 이해를 방해하기 쉽다. 다만, 무조건 간결하게만 쓸 것은 아니라, 고객이 부담하는 리스크에 대하여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설명을 부기하여야 한다.

단정적인 표현은 피하기

당사자간의 분쟁사건에서 의도적으로 강한 표현을 쓰는 소송서면 등의 예외가 있으나, 가급적 단정적인 문체는 피하여야 한다. 어떠한 법적 판단이더라도, 그에 대한 예외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다소간의 사실관계 변동에 따라 결론이 뒤바뀌는 경우도 자주 있는 일이다. 따라서, ‘가능성이 높다/낮다’, ‘보다 합리적이다’ 등의 문구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의뢰인이 알려 준 사실관계만을 기초로 법률의견을 작성하였다는 등의 전제를 명시하는 편이 안전하다.

적절한 인용

일반적으로 판례나 논문 등의 결론을 인용하기에 앞서, 자신의 주장을 정리한 후 해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판례나 논문을 인용하는 것이 보다 논지를 선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 판례등을 인용한 문헌을 그대로 재인용하는 것 보다는 일차적인 자료를 찾아 인용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취지를 담은 문헌이 여러 개 있는 경우 최신의 문헌을 인용하도록 한다. 과거의 자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목차의 활용 및 요약 제공

법률 검토의견은, 다양한 범주의 사람에게 제공될 수 있다. 대부분 법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가 읽는 것을 가정하면, 법률의견 작성시부터 요약 검토의견 정도만 확인하는 고객들도 상당 수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전반적인 논리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소목차를 활용하는 것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

글쓰기 능력 제고를 위한 조언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습관화

글쓰기 능력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다만, 논리적이고 건조한 글 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 등 사적인 내용을 담은 글쓰기를 지속하는 경우 어휘력과 표현력이 좋아질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글쓰기는 스트레스 완화, 직업적 만족도 제고, 대인관계 개선 등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도된 바 있으니, 개인적 차원에서라도 더욱 열심히 무언가를 글로서 기록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스트레스 받으면 써라… 글쓰기의 놀라운 효과(헬스조선 2021. 6. 22.)

결과물 공유와 피드백

개인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로펌에 있는 경우 선배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이 있는데, 그와 같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글 쓰는 방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저년차 Associate 시절에 빨간색으로 대부분의 문구가 지워진 의견서 초안을 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대부분 개선되는 경우가 많으니, 당장의 피드백 결과에 너무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하여, 업무능력 개선의 기회로 삼도록 하자.


때로는 작성되지 않은 글이 최고의 글일 수 있다

변호사로서 업무 경험을 하면서 여러 글을 써 왔지만, 그 중에서 최고의 글을 선정한다면 역설적이게도 작성할 수 없었던 글을 뽑고 싶다. 즉, 검토 중간에 법률적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여, 법적 하자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구하는 고객의 요청에 응할 수 없었던 사안들과 관련된 것이다.

변호사법 제2조는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변호사 업무의 공공성은 실무에서는 자칫 간과되기 쉽다. 그러나, 변호사의 법률해석은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고객의 요청사항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본인의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따져, 법적 양심에 반하는 글을 작성하여서는 아니되며, 이것이 공공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작성되지 않은 법률의견서에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특정 프로젝트에 관한 전반적인 법률 자문을 맡은 사건의 경우 프로젝트 중간에 거래구조의 결정적인 법적 문제가 발견되면, 그 동안 고객을 위해 제공한 다른 법률의견이나 계약서 등에 관한 법무 보수도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 단지 변호사의 법적 양심에 의거하여 고객이 요청한 글을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그와 같은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기 전에 주요 쟁점에 관하여 최대한 미리 파악하여 확인을 구하고 그 다음 업무에 착수하는 것이 정석적인 방법이다. 다만, 불가피하게 업무 도중에 그와 같은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고객에게 충분히 사전 양해를 구하고 법률 자문 업무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자문 진행 중간에 업무를 중단하는 것은 관계 당사자들이 쉽게 예상하기 힘든 사태이므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의사결정은 단독으로 하기보다는, 주요 관여 변호사들이 다른 대안이 없는지를 충분히 내부적으로 논의한 후에, 최후의 수단으로써 고객에게 자문 중단을 알려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변호사가 글을 쓰는 것보다 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결정이며, 개인적인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미리 정확히 알렸다는 면에서, 미처 쓰여질 수 없었던 글들에 대하여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김민식(Kevin)

변호사

김민식 변호사

금융과 부동산 관련 법률을 주로 자문하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판단은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드리며, 본 블로그의 내용은 단순 참고 목적으로만 활용하여 주십시오.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본 양식을 제출하거나, webmaster@kevinslab.com으로 연락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