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선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하여 제시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방안에 관하여 차례로 연재하기로 한다. 그 다섯 번째 주제는 ‘물적분할 관련 제도 개선’이다.

물적분할은 분할신설회사를 분할대상회사의 100% 자회사로 두는 방식의 회사분할으로, 회계적으로 분할 전후 회사의 가치에는 영향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주주가치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과 그 보완 방안에 관하여 본다.

물적분할이란

물적분할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분할과 같이, 기존의 분할대상회사의 일부 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시키고, 해당 분할신설회사(위 사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모두 기존의 분할대상회사(위 사례에서 LG화학)이 갖는 방식의 회사분할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위와 같은 분할 후 분할신설회사의 상장(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 그와 같은 경우 통상적으로 기존 분할대상회사 발행주식의 시가가 하락함으로써 분할대상회사의 지배주주를 제외한 기존 주주에게 손해를 야기하는 방식의 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며, 이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하기 보다는 관련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다. 아래에서는 이와 같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물적분할 후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분리가능성

일반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시중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가치는 실제 기업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증적으로도 일반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대폭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배주주의 주식만을 인수하는 것이 보편적인 우리나라의 M&A 시장에서,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소위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웃돈의 규모를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i) 주주환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록, (ii) 이사회가 독립되어 있지 않아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의사결정 할 수록, (iii) 회사 임원의 구성에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 수록,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즉, 시장에서 평가하는 주주가치는 개별 주주로서 보유하는 배당권과 의결권이라는 권리를 금전적으로 환가한 것이라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반주주의 그와 같은 권리는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론적인) 기업가치를 발행주식총수로 나눈 값과 1주당 시장가격이 크게 분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할 때 이와 같은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적분할의 경우, 대표적으로 기업가치에는 변동이 없으나, 주주가치에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회사의 조직변경인 것으로 설명된다. 이 점에 관하여는 항을 바꾸어 상세히 서술한다.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가치의 저해

분할신설회사의 주주구성을 분할 전 회사와 동일하게 유지시키는 인적분할과 비교하여 보면, 일반 주주의 관점에서 분할신설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물적분할이 이루어지면, 기존 주주들은 모회사의 주주로서의 지위를 가질 뿐이므로, (i)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직접 처분할 수 없으며, 모회사가 지분을 처분하는 경우 배당의 형태로 받을 수 밖에 없고, (ii) 분할신설회사의 이사나 감사 선임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으며, (iii) 분할신설회사가 향후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을 가질 수 없다. 반면, 지배주주의 경우 분할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분할신설회사의 상장,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지배주주에게는 유리한 방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자회사인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의 시가가 높게 형성되더라도, 모회사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자회사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 점을 고려하여 보면, 자회사 주식에 관한 처분권이 없는 모회사의 일반 주주로서는 결국,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을 기초로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에만, 실질적인 경제적 효익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주환원율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임을 고려해 볼 때, 자회사-모회사 두 단계를 거친 주주환원율은, 자회사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에 비하여 더욱 저조하여 명목적인 수준에 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더라도,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물적분할이 이루어지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대두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분리되고 있는 현상이 널리 관찰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위와 같은 주장에는 합리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만,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업 실무상 인적분할의 경우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허용되고 있어, 그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인적분할이 물적분할에 비하여 주주친화적 방식의 기업분할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 포스팅 : 자사주 마법에 대한 법적 검토

관련 제도 개선 동향

공시 강화

2022년 10월 18일부터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해당 분할의 목적, 기대효과, 주주보호 방안 및 상장계획 등 구조개편계획을 공시하도록 하였다.

주식매수청구권

2022년 12월 27일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상장기업의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결의하는 경우에는,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 해당 개정규정은, 2022년 12월 27일 이후 이사회가 물적분할을 하기 위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기로 결의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자본시장법 제176조의7 제1항 참조)

분할신설회사 상장심사 강화

2022년 9월 28일부터 분할신설법인이 상장하려는 경우에는 모회사의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심사하도록 변경되었다. 즉,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별표 2의2(질적심사기준)이 변경되어, 분할 후 5년 이내에 자회사의 상장예비심사를 하려는 경우에는 상장신청인의 모회사가 주주 의견수렴, 주주와의 소통 등 주주 보호노력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함을 명시하였다.

상장 가이드북에 의하면, 모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주주보호방안의 대표적인 예로는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모자회사 주식교환, 배당확대 및 자사주 취득,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확대, 자사주 취득 및 자사주 소각 등을 들고 있다.

참고 자료 : 상장기업 물적분할시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금융위 2022. 12. 20.자 보도자료)


평가

물적분할에 관한 다양한 비판이 수용되어 어느 정도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주보호의 관점에서 반드시 인적분할의 경우가 유리한 것은 아니고, 물적분할 제한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조치(예: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 지분을 공개매수하여 그 대가로 지주회사 신주를 교부하는 등의 방안 등)가 이미 시장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보면, 개별 규제로 대처하는 데에는 그 한계점이 명확하다.

참고기사 : 인적분할 추진하는 OCI…”실상은 물적분할, 주주반발 피해 우회로 확보” 평가

일단 물적분할 제도 자체는, 비핵심 사업부문을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시켜, 제3자에게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어 그 자체로 나쁜 것이라 보거나, 전면적으로 금지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주주가치 제고와는 무관하게, 해당 제도를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 내지 강화의 목적으로 일반주주의 몫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따라서, 개별적인 규정을 신설하여 대처하는 것도 어느 정도의 개선책이 될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 물적분할 및 기타 이와 유사한 회사의 조직 변경을 추진하는 경우, 그와 같은 변경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다른 대안 등에 비해 일반주주의 관점에서 어떠한 장점을 갖는지 여부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가장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는 절차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와 같은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조직 변경에 대하여는 이사의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법 해석이나,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포스팅 :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김민식(Kevin)

변호사

김민식 변호사

금융과 부동산 관련 법률을 주로 자문하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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