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정의 규정상, 보험계약은 최소한 ‘위험보장을 목적으로 우연한 사건 발생에 관하여 금전 및 그 밖의 보험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대가를 수수하는 계약’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상 보험 해당 여부가 문제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목차
보험 정의의 어려움
‘보험’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법률 용어라고 인식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용어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그와 같은 공보험을 논의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 자동차보험의 가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보험은 누구에게나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보험은 누구라도 대강은 아는 친숙한 개념이지만, 막상 법률적 관점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보험의 역사는 기원 전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며, 일설에 의하면 현대 보험 제도의 원형을 기원전 4천 년 경 고대 바빌론에서 이루어진 초기 국제 무역과 관련하여, 행상인들이 늘상 노출되었던 강도, 해적, 자연 재해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비하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발생한 제도로부터 찾기도 한다.
관련 자료 : 보험연구원 2017. 11. 2.자 연구보고서
이와 같이 ‘보험’이라는 현상은 법 이전에 존재하였고, 현재에도 역시 그와 같은 보험 현상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변동하고 있다. 마치 ‘언어’라는 끊임 없이 변동하는 현상이 먼저 존재하고, 그에 대한 규칙성을 발견하여 ‘문법’으로 체계화 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각 국가는 보험 현상의 영역에서도 일정한 형태의 계약들을 법률상 ‘보험’으로 포섭하여 그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적 규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문법이 모든 언어 현상을 총체적으로 포괄하여 설명할 수 없듯이, 법률상 정의된 보험 개념은 보험과 보험이 아닌 것을 명확히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불완전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보험 정의 규정 및 그 해석
현행법상 보험 정의 규정
현행법상 보험 개념에 관하여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의 조항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해당 조항은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정의 조항으로서, 문언 해석만으로는 도박, 유상보증과 같이 일반적으로 보험으로 취급되지 않는 것까지 모두 보험에 해당되는 불합리한 결론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보험 정의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항의 문언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으며, 학설, 판례 등에서 논의되는 바를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상법 제638조(보험계약의 의의)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보험업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보험상품”이란 위험보장을 목적으로 우연한 사건 발생에 관하여 금전 및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대가를 수수(授受)하는 계약(「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 「고용보험법」에 따른 고용보험 등 보험계약자의 보호 필요성 및 금융거래 관행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제외한다)으로서 다음 각 목의 것을 말한다.
보험 정의 규정의 해석
불확정적이고 손실을 초래하는 보험사고의 존재
보험은 「보험사고」어떤 사실의 발생을 조건으로 보험금의 지급을 약정한 경우, 해당 조건에 해당하는 불확정적인 사고. Risk Covered 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특정 사고의 발생 여부, 발생 시기 등이 확정되어 있다면, 해당 사고는 보험사고가 될 수 없다. 즉, 예견할 수 있거나,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보험사고가 될 수 없다.
우연한 사고가 손실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역시 보험사고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주의 입장에서 주식가격의 하락은 손해를 위험할 위험이 있으므로 보험사고가 될 수 있지만, 주식가격의 상승은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고가 되기 어렵다.
피보험자 손해발생을 전제로 한 보험급여 지급
보험계약에 있어 「보험계약자」보험계약의 한쪽의 당사자로서, 자기 이름으로 보험계약의 청약을 하는 자. Policy Holder. 의 보험료 지급과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보험회사의 보험급여 지급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손해의 발생이 없음에도 일정한 급여가 지급되는 경우, 해당 급여는 보험급여라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보험은 금융투자, 도박과 명확히 구별된다.
보험급여의 종류는 현금에 한정되지 않고, 현물도 무방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법원은 이를 제한 해석하여, 심각한 의료상태에 빠진 회원들에 대하여 회사가 미리 비용을 지급받고 자신의 재량에 따라 제공하는 ‘환자 이송 및 송환 용역’에 대해서는, 보험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였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서 원칙적으로 금전으로 급부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보험회사 내지는 고객의 편의 등을 위하여 금전에 대한 대체적 의미에서 용역이 제공되는 경우에 한하여 해당 용역을 보험급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며, 그와 같은 전제에서 ‘환자 이송 및 송환 용역’의 경우에는 보험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10457 판결
대수의 법칙을 이용한 수입과 지출의 균등
특정한 금융상품이, 보험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위험의 분산을 통하여 대수의 법칙이 작용될 수 있도록 하여, 보험회사가 수령하는 전체 보험료와 지급하는 보험급여액 및 운영비용 등이 일치하도록 상품이 설계되어야 한다.
위험을 동질적인 것으로 정형화 한 후 다수로 집적하여 위험단체를 구성하면, 대수의 법칙이 작용하게 된다. 대수의 법칙이란, 모집단의 규모가 클 수록 어떤 사건의 예상한 확률과 실제의 발생 확률은 근접하게 된다는 통계학의 이론을 의미한다.
다만, 해당 요소는 보험의 일반적인 보험의 요소이나, 이를 구비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보험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취지의 학설도 제기되며, 대법원 역시 그와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해당 판례는 상조 사업의 보험사업 해당성을 인정한 판례이지만, 현행 보험업법상 상조 사업은 명시적으로 보험상품에서 제외되어, 상조 사업에 관하여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계약’으로서의 규제만 적용되고, 보험업법상 별도의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도2111 판결
실무상 보험 해당성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
이른바 ‘Extended Warranty’
물건의 판매자 또는 제조자가 물건의 하자에 대해 수리 등의 용역을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유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Extended Warranty’라 하는데, 해당 계약이 보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으나, 보험의 요소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보험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즉, 정보력 등이 약한 보험계약자가 적정 보험료 수준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회사로부터 불공정한 취급을 받을 수 있고, 보험이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 규제가 이루어지는데, 그와 같은 규제 필요성이 낮다면, 굳이 법률상 보험으로 파악하여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견해이다. 그와 같은 견해에 의하면,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여 보험 해당성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Extended Warranty와 관련하여 판시한 사항은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 위와 같은 견해에 입각하여 판단한 사례가 있다. 해당 판례는, “(i)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근거규정을 갖고 있다던가, (ii) 공제가입자의 수가 극히 한정되고 지역, 직역 등에 의한 인적 결합이 강하여 공적 감독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단체가 구성원의 자치에 의하여 잘 운영되고 있거나, (iii) 공제사업의 목적이 단순히 소액의 부조금의 지불에 의한 동료의 원조에 있고 구성원 각자에게 공제금을 받을 권리까지를 보장하기 위하여 공적 감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 보험업법상 보험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관련 판례 : 부산지법 1992.02.19 선고 91가합3591 판결
날씨파생상품
날씨보험과 날씨파생상품은, 날씨로 인한 위험을 상대방에게 이전한다는 점, 위험의 우연성이라는 성격을 모두 공유하나, 날씨파생상품의 경우, 보험사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점, 「피보험이익」피보험자가 보험목적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적법한 경제적 이해관계. Insurable Interest. 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념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실무상 양자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날씨파생상품을 보험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앞서 Extended Warranty와 동일한 논리로 규제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 문헌 : 날씨파생상품의 도입 및 운용방안에 관한 연구 (김홍기, 2012)
변호사
금융과 부동산 관련 법률을 주로 자문하는 10년차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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