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예술

선율과 시선이 머문 자리, 그 궤적을 따라 적어 내려간 기록들

쇤베르크가 예견한 진실: 파편화된 세계를 위한 전주곡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드보르작의 교향시에서 시작해 말러를 거쳐 쇤베르크에 이르기까지, 음악사의 긴 터널을 지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 ‘여기까지가 내 감각의 한계인가’ 하는 당혹감과 마주해야 했다. 라벨의 화려한 색채나 드보르작의 선명한 서사에 길들여진 귀에 쇤베르크의 무조음악은 불친절하다 못해 기괴한 소음의 나열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만히 응시하다 […]

청각으로 빚은 시각적 환상: 라벨과 디즈니의 유전학

딸아이와 함께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겨울왕국》을 다시 보던 날이었다. 화면 속 아렌델의 눈부신 설경도 인상적이었지만, 정작 감각을 강력하게 사로잡은 것은 디즈니의 집요한 음향 설계 능력이었다. 수만 개의 얼음 파편이 햇살에 부서지는 듯한 그 투명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은, 단순한 만화 영화 음악을 넘어 치밀하게 설계된 ‘음향적 마법’에 가까웠다. 그런데 오늘, 정교하게 가꾼 하이파이(Hi-Fi) 시스템 앞에 앉아

익숙한 세계를 향한 낯선 경고: 예술은 우리를 어떻게 깨우는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메켈레와 파리오케스트라가 일깨워 준 예술의 본질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감각적 마모 우리는 흔히 예술에서 위로와 조화, 그리고 안식을 찾는다. 특히 하이파이(Hi-Fi)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은 소리의 날카로운 끝을 매끄럽게 다듬고, 대역 간의 갈등을 중재하여 ‘완벽하게 조화로운 상태’를 지향하는 여정과도 같다. 최근 경험한 LA 필하모닉의 스트라빈스키는 전 세계의 관객을 타게팅하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본고장이니만큼, 누구의